몇개월만입니다. 넹. [..]
모쪼록 Xizang님께서는 이걸 받으시고 분노를 풀어주십사 하는 마음임요 ;ㅅ;
"짜증나는군."
익스프레스 본사 회의실의 침묵을 깬 것은 마틴이었다. 지겹다는 표정으로 담배를 입에 무는 마틴을 향해 나는 말했다.
"뭐가요."
"그 마법사."
"아. 그 마법사."
심드렁한 대답들이 오고갔다. 뭔가 더 말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지만 생각나는 말이 별로 없었다. 뇌가 긴장 때문에 굳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말소리에 뺏긴 회의 참가자들 사이로 어떻게 들어갈지만 궁리하고 있었는지, 우리가 어물쩡거리고 있는 순간에 침묵은 말소리에 잠시 내줬던 공간을 손쉽게 비집고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물론 나와 마틴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사람도 침묵을 다시 내쫒을 만한 수단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날 빼고)마틴과 몇몇 흡연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이미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였고, 흡연 취미가 없는 사람들은 할 말을 찾지 못했으니까.
"저, 마틴."
"담배 피는 데 말 걸지 마."
"하루 종일 입에 담배 물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짜증나는군."
"저도 그래요."
반쯤 탄 담배를 마틴은 신경질적으로 재떨이에 구겨넣었다. 지겹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마틴을 향해 나는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 정신나간 마법사하고 한 판 붙어봐야 할 텐데."
"장본인이 모르면 어쩌라고."
마틴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나는 대꾸하는 대신 품 안의 담배를 꺼냈다. 제기랄. 어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부터 곱씹어보는게 좋을 거 같다.
-12.12, pm 5:45
짝, 짝, 짝.
적막 사이에 잠깐 울려퍼진 박수 소리를 빼면, 사무실의 광경은 그다지 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구성원이 한 명 더 늘어났다는 것과, 적막한 이유가 단순히 대화가 없어서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몇몇을 제외하고는 전부 추가된 구성원 한 명, 그러니까 불청객을 향해서 권총을 들이대고 있었다는 것.
사무실에 깔린 분위기를 한 순간에 회의 장면에서 서부극, 혹은 범죄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으로 바꿔놓은 주범은 우리를 쳐다보며 내뱉었다.
"아, 아, 안녕하쇼. 거기 권총들은 내려놓고. 일단 자기 소개부터 해 보도록 할까."
권총 여러 자루가 자기 머리를 겨누고 있는 것 정도는 신경도 안 쓰인다는 듯이, 태연하다 못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마법사는 씨익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있지도 않은 모자를 벗는 시늉까지 하면서 말이다. 마치 광대를 보는 듯한 모습에 웃음이 나올만도 했지만, 아쉽게도 웃음은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우스꽝스럽고 익살스러운 모습을 한다고 해도, 어쨌든 눈 앞에 나타난 양반은 마법사다. 그것도 우리하고 반대편에 서 있는.
"뭐 다들 아시겠지마는, 아까 전까지 뭐 뒷세계 아저씨들이 어쩌고, 화금석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들 했으니 거두절미하고 말하면- 내가 그 마법사요. 응. 그렇지. 그렇고말고. 이름은 편할 대로 알아서 불러도 상관 없으니까 굳이 본명을 말하진 않겠수다. 말미잘이라고 부르던, 멍청이, 개자식이라고 부르던 맘대로 하라고. 그게 싫다면 그냥 정신나간 마법사 자식도 괜찮고. 뭐....."
"뭐?"
"나를 좀 아는 사람들은 보통 '전문가' 라고들 하더군."
말을 마치면서 마법사는 광대가 하듯이 이를 전부 드러내고 과장된 미소를 보였다. 그 표정과 함께, 옆에서 약간 굳은 루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페머터 아벤하이트. 프리랜서. 일명 '전문가'. 연금술 학회, 마법사 학회에서의 업적 등급 A. 위험도도 똑같이 A. 딱히 정해진 주 분야는 없음... 이 정도로 첨언하는 것 정도는 상관 없겠죠? '전문가' 씨. 자기 명칭 빼고는 아무 것도 안 말하셨으니."
"어, 뭐야. 다들 그런 기초적인 것도 모르고 있었나? 이 유명인을 몰라뵈다니 섭섭한데."
휘유, 하는 휘파람을 불면서 페머터는 한 걸음을 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권총의 격철 올라가는 소리가 꽤 크게 들렸다. 경호원들도 그렇고, 나를 포함해서 권총을 들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격철을 올린 게 분명했다. 한 걸음이라도 더 뗀다면, 모르긴 몰라도 누군가가 방아쇠를 당길 분위기였다. 물론 방아쇠를 당기는 주인공이 내가 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았지만.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듯한 기분나쁜 느낌에 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제발. 더 앞으로 걸을 생각이십니까?
"어허, 어허. 총 아직도 안 버리고들 계셨나. 총 쏠 일 없을 건데."
"그걸 어떻게 보장하지, 전문가 양반?"
마틴이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하지만 마법사는 마틴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은 것마냥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권총이 보이지 않는 듯이 한 걸음을 더 옮긴 마법사는, 다시 과장스러운 몸짓으로 우리의 의뢰주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봐, 이봐. 나는 레이디에게만 관심이 있다고. 주위에 서 계시는 인형인지 고깃덩이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나부랭이들은 내 관심 밖이야. 알겠나, 레이디 드미첸? 레이디한테만 용건이 있단 말야."
"저 말인가요?"
"그래. 거기 아름다운 아가씨. 심장은 더 아름다울 것 같은데."
여기 온 지 처음으로, 우리는 의뢰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상황은 말할 것도 없고, 앞에서 마법사가 내뱉은 도발적인 어구하고도 영 어울리지 않는 평온한 목소리였다. 놀란, 당황한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눈을 감고 들었다면 아마 자기 심장을 뽑으러 온 희대의 사이코가 아니라, 친구나 학교 선생님이 앞에 서 있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의자에서 앉은 채로 멀뚱히 마법사를 쳐다보면 비스콘티 드미첸은, 이윽고 천천히 그에게 말했다.
"글쎄요. 직접 본 적은 없어서 모르겠지만.. 칭찬 감사해요."
"별 말씀을."
"칭찬은 감사하지만, 한 가지 물을 게 있어요. 제 심장이, 아저씨가 직접 이렇게 나설 만큼 가치가 있는 건가요?"
"아? 뭔 소리야?"
"아뇨, 다른 건 아니에요. 아저씨, 보니까 그다지 나쁜 사람 같진 않아서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제 심장을 가져가서 뭐에 쓰실 건가요?"
비스콘티 드미첸의 말투는 여전히 친구에게 질문하는 것처럼 담담했다. 내용이 친구와 나누기엔 그다지 적절한 내용이 아니라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그리고, 질문에 마법사 또한 친구에게 대답하듯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글쎄. 생각 안 해봤는데."
"그래요?"
"어. 생각 안 해 봤어. 어차피 그 멍청한 놈들이 단체로 몰려와서 '제발 좀 어떻게든 화금석을 구해다 주시오' 하는 것도 사실 안 들어줄까 했었던 거였거든. 멍청한 놈들. 이쁜 거면 다 자기 손에 넣어야 되는 줄 아는 놈들 같으니라고. 어린애잖아, 완전."
"재밌네요. 그런데 그러면 왜?"
"마침 심심했거든. 재밌을 것 같더라고. 뭐, 기대했던 거 이상일 것 같아서 다행이야, 아가씨. 거기 옆에 검정 옷 입은 아저씨들 말고 다른 남녀도 있는 걸 보면."
재밌다는 듯이 다시 휘유, 하는 휘파람을 불고는, 마법사는 예의 그 과장된 미소를 비스콘티에게 지어보였다. 곁에서 보는 우리에겐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을 정도였다. 세상에, 마틴. 저거 봤어요? 저 미친 마법사가 우리 의뢰주하고 아름다운 담소를 나누고 계시는 거? 제기랄, 저게 무슨 아름다운 담소야? 젠장할, 겉으로 보이기엔 담소 맞잖아요. 속내용이 담소가 아니라서 그렇지. 이봐요, 루인. 이거 꿈 아니죠? 총 한번 쏴 볼까요? 야, 신입. 미쳤냐? 어디다가 총을 쏘겠다는 거야?
"아무튼."
우리의 혼란을 수습해준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마법사가 내뱉은 말이었다. 아까 전에 장난스럽게 비스콘티와 재잘대던(아무리 생각해도 이 표현 말고는 마법사가 했던 행위를 적절하게 설명할 단어가 없다) 마법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무겁고, 위엄마저도 느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솔직히 위엄이라니 기분나쁜 농담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지만, 아무튼 그랬다. 딴 사람이 말하는 듯한 위압감에, 우리는 권총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쥐며 마법사가 내뱉는 말을 들었다.
"화금석을 노리는 정신나간 놈들을 대표해서 미친 마법사인 '전문가' 페머터가 네놈들에게 선포한다.
앞으로 일 주일 뒤, 너희 의뢰주의 심장을 가지러 가겠다. 내 행위에 불만이 있다면 일 주일동안 준비를 단단히 하던지, 아니면 그 전에 날 찾아와서 설득을 해 보던지, 아니면 죽이던지 해 봐라. 다만 후자의 경우는 그다지 추천해주지 않겠다. 지금 이 재밌는 상황보다 더 재밌는 상황을 준비하지 않으면 날 설득하거나, 죽이러 온 놈을 꼬치구이 꿰듯이 꿰어버릴 테니까. 기대하겠다."
사람을 짓누르는듯한 위압감에 아무도 마법사의 말에 토를 달 생각을 하지 못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누군가가 방아쇠를 당기기 일보 직전에, 마법사는 코트 자락을 살짝 휘둘러 우리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탕, 하는 총성이 우리 귀를 때린 것은 그가 사라지고 난 뒤였다.
".......망할. 누가 악몽이라고 말해줘."
마틴의 지친 듯한 목소리가 그렇게 공감되기는 처음이었다. 맞아요, 마틴. 이건 악몽일 거에요.
.....제기랄.



덧글
팅뤠 2009/04/05 03:01 # 삭제 답글
하악 하악 하악발려라 마틴.
하악하악하악
붉은바람 2009/04/05 16:56 #
오늘도 달리고달리고달리고달리고
호들 2009/04/05 12:09 # 삭제 답글
자 이제 화금석을 탈취하고 뺏기위한 미칠듯한 여정. 해외로 튀어버린 비스콘티 드미첸과그녀를 추적하는 페머터와 일당들. 그리고 그녀를 보호해야되는데 해외어디로 튀어버려 그녀를 호위하기위헤 추적하는 마틴패거리.
과연 그녀는 어느지역으로 튀셨고 화금석의 행방과 그것을 쫒는자들의 운명은?
희대의 안드로메다 로드무비가 지금 펼쳐집니다.
-Coming Soon-
일리가 없지만 ....... 발려라 마틴 (2)
붉은바람 2009/04/05 16:56 #
이님 스포일러하네 ㅡㅡ 자제좀은 훼이크고 돌아라지구열두바퀴
xizang 2009/04/05 16:10 # 삭제 답글
발려라 마틴(3)비스콘티야 원래 저런 캐릭터이지만-_-;;
결국 비스콘티의 몸값은 심장값이었군요.
근데 어째 감질맛 나는 길이....[...]
붉은바람 2009/04/05 17:06 #
올백머리근육빵빵나는ㅅ....(거기까지)비스콘티는 좀 쓰면서 이게 맞나..싶었는데 다행이네요. ;ㅅ;
심장 가격이 단가의 90%를 차지한다는 이야기도....
분량은 사실 이 길이에서 더 늘리려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당...어읗어흐긓긓....